교과 우수자 전형은 단 한 곳의 예외도 없이 교장 선생님 추천이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원서 전략 전체를 다시 짜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희망 대학 목록을 쭉 적어놓고 뿌듯해하던 그 순간이 무색하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담임 선생님께 달려가 추천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장 추천과 수능최저, 전략의 출발점은 여기
수시 원서를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종(학생부종합전형)과 교과전형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둘지 고민하게 됩니다. 저도 학생부를 열심히 챙겨 왔다는 이유로 학종에 더 기대를 걸었는데, 막상 전략을 짜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교과전형에는 수능최저기준이 붙어 있습니다. 수능최저기준이란 수시 합격을 위해 수능에서 특정 등급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 조건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3합 7'은 국어·수학·탐구 세 과목 등급의 합이 7 이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얼핏 보면 장벽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경쟁자를 대거 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최저를 맞추지 못한 지원자는 아무리 내신이 좋아도 자동 탈락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치로 직접 계산해 봤더니, 3합 7이라는 조건만으로도 같은 내신대 경쟁자의 상당수가 사라지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반대로 학종, 즉 학생부종합전형은 대부분 최저가 없습니다. 최저가 없다는 건 경쟁률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경희대 네오르네상스 전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저가 없으니 지원자가 몰리고, 외고·국제고 출신 학생들과 정면으로 경쟁해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일반고 학생 입장에서는 불리한 판에 스스로 뛰어드는 셈입니다.
교장추천 역시 단순히 추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마다 추천 알고리즘이 다른데, 어떤 학교는 상위 학생에게 추천을 몰아주고, 어떤 학교는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배분합니다. 추천 인원 자체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재수생이 돌아와 추천을 요청하면 현역 고3 한 명의 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뒤늦게 알고 나서, 원서 배치를 다 그려놓은 뒤 추천 여부를 확인하는 건 순서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먼저 물어보는 게 맞습니다.
수능최저기준의 유불리를 판단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2합 4: 경쟁 차단 효과가 매우 강력. 수능을 상당히 잘 봐야 맞출 수 있는 조건
- 2합 5: 수능 두 과목에서 평균 2.5등급 이내. 현실적으로 도전 가능한 기준
- 3합 7: 세 과목 합산이므로 한 과목이 3등급이어도 나머지로 커버 가능
- 3합 8: 홍익대 교과전형 기준. 비교적 완화된 수준으로 지원 허들이 낮음
대학별 내신 산출과 전형 선택, 숫자를 직접 보면 달라진다
원서 전략을 짜면서 가장 놀란 건 대학마다 내신을 산출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신은 그냥 내신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같은 성적표로도 대학마다 계산값이 달라집니다.
동국대가 대표적입니다. 전교과 전 과목을 반영하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동국대는 일부 교과의 일부 과목만 산출에 포함합니다. 전교과 전 과목 반영이란 학교에서 이수한 모든 과목의 성적을 빠짐없이 반영하는 방식이고, 일부 교과 일부 과목은 말 그대로 유리한 과목만 골라서 계산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그 결과 다른 대학 기준으로 2점대 초반인 내신이 동국대 기준으로는 1점대 초반으로 뛰어오르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게 나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지원자 전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내신이 좋게 보인다고 해서 경쟁이 쉬워지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경우는 또 다릅니다. 외대는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실제 등급과 무관하게 1등급으로 간주합니다. 원점수란 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 등을 합산한 100점 만점의 점수를 말합니다. 이 방식 덕분에 실제 1등급이 아니어도 1등급 처리가 가능해지고, 체감 내신이 유리하게 바뀝니다. 저는 이 기준을 알고 나서 외대 교과전형을 후보에 추가했습니다. 제 실제 내신보다 유리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립대는 또 다른 이유로 눈여겨봐야 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외고·국제고 합격 비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옵니다. 대략 합격자의 23% 안팎이 외고·국제고 출신인데, 이과 모집인원이 절반에 가깝기 때문에 문과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 비율이 더 올라갑니다. 이것이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의 70% 컷(합격자 하위 30%의 경계 성적) 차이가 유난히 크게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70% 컷이란 해당 전형 합격자 중 하위 30% 경계에 해당하는 내신 수치로, 실질적인 합격 하한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시립대 종합전형에서 내신 4점대 합격자가 나오는 건 일반고 학생이 아니라 특목고 출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시 지원 현황과 전형별 일반고 합격 비율은 대학알리미에서 전형별 합격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대학알리미). 또한 대입 전형 기본 사항과 수능최저 변경 여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전형 계획 자료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정확합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원서 전략을 짤 때 교과전형을 더 많이 넣은 이유는 결국 단순합니다. 최저를 맞출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비슷한 내신대의 경쟁자들을 최저 조건으로 걸러낼 수 있다면 같은 내신으로 종합전형에 나가는 것보다 실제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계산입니다.
원서 여섯 장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결국 추천 여부 확인, 내 최저 달성 가능성, 대학별 내신 산출 방식 이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하고 나서 결정해야 합니다. 최저 기준이 제각각인 전형을 골고루 섞어야 한 장이 떨어졌을 때 나머지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전형을 잘 짜도 최저를 못 맞추면 의미가 없고, 최저를 맞춰도 추천을 못 받으면 교과전형 카드 자체가 없어집니다. 담임 선생님께 추천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 그것이 수시 전략의 진짜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