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수시·정시에서 합격선을 통째로 바꿀 변화가 네 개 대학에서 동시에 터졌습니다. 제가 직접 아이 원서를 준비하면서 하나씩 뜯어봤는데, 솔직히 이 정도 규모로 한꺼번에 바뀌는 해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디서 기회가 생기고 어디서 함정이 생기는지, 숫자와 구조를 중심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성균관대·서울시립대, 수치로 보면 보이는 것들
성균관대 융합인재 전형에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신설됐습니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란 수시 합격을 위해 수능에서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최소 등급 조건으로,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서류 점수와 관계없이 불합격 처리됩니다. 올해 성균관대가 설정한 기준은 국어·수학·영어·탐구 두 과목 중 3개 합산 6등급입니다.
이 숫자가 처음엔 별거 아닌 것처럼 들렸습니다. 저도 처음 접했을 때 "내신이 좋으면 수능 최저쯤은 맞추겠지"라고 흘려들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지방 일반고에서 내신 1점대 초반을 받는 학생들 중에서도 모의고사 3합 6이 안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내신 등급과 수능 성적이 따로 논다는 걸 그때 새삼 실감했습니다.
반대로 저희 아이는 내신이 2점대인데 모의고사가 꾸준히 잘 나오는 편입니다. 이 전형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3합 6이 충분히 나오는 학생이라면, 내신 등급이 조금 밀리더라도 이 전형을 공격적으로 넣는 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서울시립대 정시에서는 다군 모집이 전면 폐지됐습니다. 여기서 다군이란 정시 모집을 가군·나군·다군으로 나눈 세 번의 지원 기회 중 마지막 군으로, 상위권 학생들이 안전 지원처로 활용하는 구간입니다. 시립대는 그동안 융합바이오헬스, 지능형 반도체, 첨단 인공지능 같은 첨단 학과들을 다군에 배치해 수험생을 끌어모았습니다.
시립대가 다군을 없애고 가·나군에서만 선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나비 효과가 시작됩니다. 원래 다군에서 시립대를 안전 지원처로 썼던 학생들이 가·나군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구간에는 이미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라인이 버티고 있습니다. 시립대 합격선은 지원자가 몰리면서 작년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그 여파가 서강대 나군 추합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전형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성균관대 융합인재: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신설 (국·수·영·탐 3합 6), 인원 소폭 증가
- 서울시립대 정시: 다군 폐지, 가·나군으로 통합 선발
- 서울시립대 교과전형: 정성 평가 비율 10%에서 20%로 확대, 내신 단순 줄 세우기 구조 변경
- 연세대 자연·통합 계열 논술: 수학 단독 문제 풀이 방식에서 서논술형 과학 융합 평가로 전환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며, 수능 등급 체계와 최저 기준 적용 방식은 매년 공식 시행 계획을 통해 발표됩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세대 논술 형식 대전환, 기회인가 함정인가
연세대 자연·통합 계열 논술이 올해부터 서논술형 과학 융합 평가 방식으로 바뀝니다. 서논술형이란 단순히 정답을 수식으로 쓰는 게 아니라, 복합적인 과학 원리를 담은 지문을 독해하고 수학적 논리와 연결해 글로 설명하는 형식입니다. 기존 연세대 자연 계열 논술이 최고 난도 수리 논술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내는 시험이었다면, 올해부터는 그 구조가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세대 논술은 대형 학원에서 수리 논술 기출문제를 반복 학습한 N수생과 과학고 학생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출제 유형 자체가 바뀌는 첫해에는 기출 학습의 기득권이 힘을 잃습니다. 기존 방식으로 준비해 온 수험생도, 새 유형을 처음 접하는 수험생도 결국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여기서 교차지원이라는 개념이 중요합니다. 교차지원이란 이과 계열 학생이 상경 계열 학과에, 혹은 문과 계열 학생이 자연 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통합수능 이후 지원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됐습니다. 연세대 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가 올해 통합 계열 논술로 변경되면서 과학고 학생들이 교차해서 이 학과를 노리기는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원래 문과 학생들이 주로 지원했던 상경 계열인 만큼, 수학·과학 역량이 탄탄한 일반고 학생에게 뚫릴 수 있는 구멍이 생긴 겁니다.
서울시립대 교과전형도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기존에는 내신 등급 숫자로 줄 세워서 뽑는 방식이었는데, 올해부터 정성 평가 비율이 20%로 올라갔습니다. 정성 평가란 내신 등급 숫자 외에 학생부의 교과 이수 패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활동의 깊이 등을 종합적으로 읽어내는 평가 방식입니다. 등급 따기 쉬운 과목을 골라서 1점대 초반을 만든 학생과, 심화 과목을 꾸준히 이수하며 1점대 중반을 유지한 학생 사이에서 역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입시에서 꽤 큰 변수입니다. 교과 전형은 원래 내신 숫자 게임이니까 점수가 낮으면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생기부 세특과 지원 학과가 맞아떨어진다면 내신이 조금 밀려도 도전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2027학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시 판이 흔들릴 때 가장 위험한 건 작년 데이터만 보고 지원하는 겁니다. 올해는 네 개 전형에서 동시에 변수가 생긴 만큼, 합격선 예측이 작년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정보를 빠르게 접하고 전략으로 연결하는 능력 자체가 또 다른 격차가 된다는 건 항상 마음에 걸립니다. 제도는 바뀌는데 그 변화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여전히 정보력의 문제라는 구조적 현실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6월 모의평가 성적을 기준으로 수능 최저 충족 가능성을 먼저 따지고, 자녀의 생기부가 지원 학과와 얼마나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변화가 클수록 준비한 사람에게 기회가 더 크게 열린다는 건 입시에서도 변하지 않는 공식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입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전략은 학교 진학 담당 교사 또는 입시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