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부터 교과 전형에 정성 평가가 도입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멘털이 흔들렸습니다. 내신 3등급 중반대로 교과 전형을 노리던 저한테는 그 한마디가 꽤 큰 충격이었거든요. 등급만 잘 관리하면 되는 전형인 줄 알았는데, 생기부까지 들여다본다면 지금까지 준비한 게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자료를 찾아보고 따져봤습니다.

정성평가 공포, 실제로 근거가 있는 말인가
저도 처음엔 유튜브나 입시 컨설팅 영상을 보면서 막연하게 불안했습니다. "교과 전형에도 정성 평가가 들어온다"는 말이 계속 나오니까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얘기는 주로 상위권 대학 기준입니다. 상위권 대학들이 왜 어쩔 수 없이 정성 평가를 선택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핵심은 5등급제로의 전환입니다.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기존의 9등급제가 5등급 제로 바뀝니다. 여기서 5등급제란 기존에 1등급부터 9등급까지 세분화되어 있던 내신 성적 구간을 1등급부터 5등급으로 압축하는 방식입니다. 상위권 대학은 수만 명이 지원하는 곳입니다. 5개 구간만으로는 지원자를 정밀하게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학생부, 즉 생기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추가하는 겁니다. 변별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죠.
하지만 이 논리는 지원자가 수천, 수만 명에 달하는 수도권 상위권 대학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내신 3~4등급대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중하위권 대학까지 똑같이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하위권 대학이 정성평가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성 평가라는 게 말은 쉬워도 운영하려면 인프라가 받쳐줘야 합니다. 여기서 입학사정관 인프라란 학생부를 정성적으로 검토하는 전문 심사 인력과 그를 뒷받침하는 평가 시스템 전체를 가리킵니다. 중하위권 대학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학생 수가 적고, 그만큼 예산도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많은 지방 대학들은 학생부 종합 전형, 즉 학종을 운영하는 데도 최소한의 사정관 인력으로 간신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학종이란 내신 성적뿐 아니라 학생부 전체를 정성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입니다. 그 학종도 빠듯하게 운영되는 판에, 교과 전형까지 정성 평가를 끼워 넣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추가 사정관 확보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기존 인력이 두 전형을 동시에 제대로 소화하기도 버겁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자료가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발표한 5등급제 적용 분석 자료를 보면, 5개 등급 안에서도 소수점 단위로 구간이 충분히 나뉜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쉽게 말해 5등급제라고 해도 여러 과목의 평균을 내다보면 세부 구간이 다양하게 생기기 때문에, 기존 9등급제처럼 산출 식이나 배점표를 적용해도 학생 선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 중하위권 대학 입장에서는 굳이 정성 평가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가 생기는 셈입니다(출처: 부산광역시 교육청).
중하위권 대학이 정성평가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학사정관 인프라 부족으로 교과 전형까지 정성 평가를 병행하기 어려움
- 5등급제 내에서도 세분화된 구간이 생겨 정량 평가만으로 변별력 확보 가능
- 상위권 대학과 달리 선도적 전형 변화보다 검증된 방식을 따르는 경향이 강함
그래서 지금 당장 뭘 준비해야 하나
자료를 다 찾아본 뒤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지금 당장 생기부 꾸미기에 에너지를 쏟을 게 아니라, 등급 하나라도 더 잘 받아오는 게 우선이라는 거였습니다. 이게 중하위권 교과 전형 준비의 핵심입니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서는 공통 과목, 일반 선택 과목, 진로 선택 과목 모두 성적이 반영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진로 선택 과목이란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관심에 따라 고른 심화 과목으로, 기존에는 성취도 A·B·C로만 표기됐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1~5등급이 함께 기재됩니다. 이 등급이 이제 실질적인 교과 전형 반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과정 편제, 즉 과목 위계도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과정 편제란 어떤 과목을 어떤 순서와 수준으로 이수했는지를 나타내는 구조로, 단순히 쉬운 과목만 골라 좋은 등급을 받는 것보다 자신의 진로와 연결된 위계 있는 과목 이수가 학종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교과 전형에서도 일부 상위권 학과에서 이를 고려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또한 2028학년도 대학별 전형 시행 계획은 2026년 4월 30일에 각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공개됩니다. 이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입학년도 기준 10개월 전, 즉 2년 전에 공지하도록 되어 있는 법적 의무 사항입니다(출처: 교육부). 4월 30일 이후에는 반드시 지원하려는 대학의 전형 계획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예측은 예측일 뿐, 대비는 해두어야 한다
솔직히 이 부분이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입니다. 중하위권 대학이 정성 평가를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저도 충분히 납득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4월 30일 공식 발표 이전의 예측이라는 점을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분석 내용이 논리적으로 탄탄해도, 실제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중하위권 대학의 특정 인기 학과에서 부분적으로 정성 평가를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을 확정된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생기부 관리를 아예 손 놓았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제가 겪어보니 입시 정보는 방향을 잡는 데는 유용하지만, 100% 믿고 한쪽으로만 베팅하는 건 위험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등급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세특과 비교과도 최소한의 성의는 유지하는 겁니다. 두 가지를 모두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것보다, 비중의 차이를 두되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4월 30일 이후 공식 발표를 반드시 확인하고 그때 전략을 다시 조정하는 것, 그게 지금 저한테도, 이 글을 읽는 분들한테도 가장 안전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조언이 아닙니다. 최종 판단은 반드시 담임 교사, 진학 상담사, 또는 대학 공식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