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1이 되던 해, 저는 처음으로 2028학년도 대입이 제 문제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9등급제에서 5등급 제로 바뀐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게 각 대학 전형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학교 설명회에서도 큰 그림만 이야기할 뿐, 대학별 내신 산출 방식까지 짚어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직접 자료를 뒤지기 시작하면서 보인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내신 산출 방식, 대학마다 다르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막연하게 내신 등급 숫자 하나로 어느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지 가늠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자료를 찾아보니 그 전제 자체가 틀렸더라고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5등급 절대평가제는 기존 9등급 상대평가와 구조가 다릅니다. 9등급 상대평가는 전교생을 등수로 줄 세워 상위 4%가 1등급, 11%가 2등급 식으로 나뉘지만, 5등급 절대평가는 원점수가 기준 점수 이상이면 모두 같은 등급을 받습니다. 변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이 변별력 공백을 각 대학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메우려 한다는 점입니다. 연세대는 2028학년도 교과 전형에 서류 정성평가를 새로 도입하면서, 석차 등급과 성취도를 동시에 가중 반영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서 성취도란 과목별 원점수 또는 성취율을 말하는데, 같은 A등급이라도 92점을 받은 학생과 80점을 받은 학생이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등급만 보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는 또 방식이 다릅니다.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모두 내신 산출 기준이 제각각이라, 같은 내신 성적이라도 어느 대학 기준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대학별 시행계획을 비교해 보고 나서야 이 차이를 체감했는데, 막연하게 "내신이 이 정도면 이 대학 쓸 수 있겠지"라는 판단은 이제 위험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2028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이수 과목의 구성도 평가 요소가 됩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로, 대학 입장에서는 어떤 과목을 얼마나 성실하게 이수했는지를 계열 적합성 판단의 근거로 삼겠다는 의미입니다(출처: 교육부). 따라서 지금 고1이라면 단순히 내신 점수를 올리는 것만큼이나,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 어떤 계열로 방향을 잡을지를 빨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별로 확인해야 할 핵심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내신 등급 반영 방식 (석차 등급 단독 반영인지, 성취도 병행 반영인지)
- 교과 전형 지원 자격 (재학생 한정 여부)
- 서류 정성평가 도입 여부 및 반영 비율
- 이수 과목 계열 적합성 평가 항목 포함 여부
서울대 수능 최저 폐지, 무조건 유리한 변화가 아닙니다
제가 자료를 보면서 가장 당황했던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서울대가 2028학년도부터 수시 전체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전면 폐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수시 합격자가 되려면 수능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인데, 이게 없어지면 수능을 보지 않아도 서울대 수시에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처음에는 지원 문턱이 낮아지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읽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최저 기준이 없어지면 지원자 수 자체가 늘어나고, 실질 경쟁률이 올라가면서 합격선이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수능 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만큼, 남은 경쟁자들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서울대 정시는 기존 분리 운영되던 전형들이 일반전형으로 통합되면서, 교과 평가 비율이 40%로 확대됐습니다. 여기서 교과 평가란 수능 점수 외에 학생부의 교과 이수 내역과 성취 수준을 정성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수능 한 방으로 정시를 뚫겠다는 전략이 더 이상 온전히 통하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다만 교과 평가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내신으로 역전이 쉽게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건 다소 과장된 해석이라고 봅니다. 수능 점수 차이 자체가 크지 않은 최상위권에서는 교과 평가가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점수 차이가 확연한 구간에서는 역전 가능성이 낮습니다. 결국 수능 성적이 기본이 되는 상황에서 교과 이수 내역이 추가 평가 요소로 붙은 것으로 보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수시 비율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동국대 등 주요 대학들이 정시 40% 선발 비율을 축소 승인받으면서 수시 문호가 다소 확대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모든 학생에게 유리한 방향인 것은 아닙니다. 수능으로 역전을 노리던 학생,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학생에게는 오히려 선택지가 좁아지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수시 확대를 무조건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면, 개인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합니다.
2028학년도 대입에서 재학생 대상 교과 전형 지원 자격 제한이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과 연결됩니다. 5등급 절대평가 체제에서 졸업생과 재학생이 같은 기준으로 경쟁하면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위 10개 대학을 중심으로 교과 전형 지원 자격을 재학생으로 한정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 점도 졸업 후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2028 대입 체제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지금부터 본인의 내신 성적과 과목 이수 현황을 기반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과 전형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이 나올 때마다 지원 가능 전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세운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계열을 빨리 결정하고, 그에 맞는 과목 구성과 내신 관리를 지금부터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아이가 고1인 지금, 저도 여전히 시뮬레이션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