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3등급 중반대 성적을 보면서 인서울은 포기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 성적으로는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고, 한동안은 지방 대학 위주로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입결 자료를 직접 뒤져보니 생각보다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3등급대 학생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인서울 학과들이 꽤 존재했고, 전형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3등급이 인서울을 노리려면 전형부터 달라야 합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건 전형 선택입니다. 교과 전형은 내신 성적만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라 2등급대 학생들이 주를 이룹니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내신 외에 비교과 활동,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그리고 면접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합니다. 여기서 세특이란 각 과목 담당 교사가 학생의 수업 참여도와 탐구 활동을 기록하는 항목으로, 학종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요소입니다.
제가 입결 자료를 분석해 보니 동일 학과라도 교과 전형에서는 2등급 대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학종에서는 3등급대 합격 사례가 확연히 많았습니다. 국민대 국민프런티어전형 경영학과 평균 합격 등급이 3.13, 광운대 면접형에서도 3등급 초중반대 합격자가 다수 확인되었습니다. 3등급 학생이 인서울을 노린다면 교과 전형이 아닌 학종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효한 전략입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어문 계열 학과 입결이 4~5등급대로 낮게 표시된다고 해서 쉽게 합격할 수 있는 학과라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이 입결은 외국어고등학교(외고) 출신 학생들이 대거 지원하면서 만들어진 수치입니다. 외고 학생들은 해당 언어를 전공한 만큼 생기부 자체의 경쟁력이 일반고와는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일반고 학생이 입결 숫자만 보고 지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여기서 많이 발생합니다. 숫자 뒤에 있는 맥락을 반드시 같이 봐야 합니다.
학교별 입결,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입결 자료를 볼 때 평균 등급만 확인하는 건 절반짜리 분석입니다. 제가 처음 입결을 볼 때 평균 등급만 보고 지원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가 나중에 70% 컷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습니다. 70% 컷이란 합격자를 등급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하위 30%가 시작되는 지점의 성적을 말합니다. 평균보다 실제 지원 가능 하한선에 훨씬 가깝기 때문에, 국민대처럼 입학처에서 70% 컷을 공개하는 학교는 반드시 이 수치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주요 대학별로 3등급 학생이 도전해볼 만한 전형과 학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민대: 국민프런티어전형(1단계 서류 3 배수, 2단계 면접 합산) — 경영학과 평균 3.13, 올해 경영학부 선발 인원이 약 두 배로 늘어 입결이 소폭 하락할 가능성 있음
- 숭실대: SSU미래인재전형 — 인문계는 3등급 후반대까지 합격 사례 있으나 자연계는 범위가 좁음. 올해 면접 비중을 대폭 상향 조정
- 세종대: 면접형 — 인문계는 서류형보다 면접형에서 3등급대 합격자가 많고, 건축공학과·지능형 드론융합전공이 대표적
- 광운대: 면접형 — 자연계 전반에서 3등급 초중반대 지원이 유효하며 추합(충원합격) 비율이 높아 예비 번호를 받아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
- 가톨릭대: 서류형·면접형 모두 3등급대 합격자가 많은 편이며, 올해 서류형 인원이 대폭 증가
숭실대는 올해 면접 반영 비율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면접 반영 비율 상향이란 서류 점수만으로 당락을 가리지 않고 실제 면접에서 학생이 얼마나 자신의 활동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를 더 크게 반영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봤을 때 이 변화는 생기부에 본인이 직접 하지 않은 탐구나 보고서가 들어가 있는 케이스를 걸러내겠다는 신호입니다. 면접장에서 본인 활동을 제대로 설명 못 하면 서류가 아무리 좋아도 불합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학생부종합전형 선발 인원은 전국 4년제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체의 약 24%를 차지합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형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실전에서 광운대 추합까지 기다려보니
제가 직접 써봤는데, 광운대 면접형에서 예상 밖의 경험을 했습니다. 광운대는 면접이 수능 이전에 진행됩니다. 수능 전 면접이란 말 그대로 수능을 치르기 전에 면접을 보는 구조로, 학생 입장에서는 수능 준비와 면접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반대로 면접에 임하는 학생 수가 많아집니다.
다른 대학처럼 수능 이후에 면접을 보는 경우엔 수능 점수가 나온 뒤 지원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 면접 참여율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광운대는 수능 전이라 대부분 면접에 참여하고, 덕분에 중복 합격자도 많이 발생합니다. 중복 합격이란 한 학생이 여러 대학에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 학생들이 다른 대학을 선택해 등록을 포기하면 추합, 즉 충원합격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제가 예비 번호를 받고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더니 결국 최종 합격으로 이어진 것이 바로 이 구조 덕분이었습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충원합격 비율이 높은 학교일수록 초기 합격자 명단에 없던 학생이 최종 등록하는 사례가 상당합니다(출처: 대학알리미). 예비 번호를 받았다고 바로 포기하는 건 그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셈입니다.
상명대는 이 라인 대학 중 거의 유일하게 면접 없이 서류 100%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다만 올해 논술 전형이 신설되면서 종합전형 선발 인원이 263명에서 155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인원이 줄면 경쟁이 높아지고 입결도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상명대 지원자라면 작년 입결을 그대로 기준으로 삼으면 위험합니다.
3등급 중반대라는 성적표 하나로 인서울을 포기하는 건 이른 결론입니다. 어느 전형을, 어느 학과를, 어떤 맥락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입결 평균만 훑을 게 아니라 70% 컷, 충원합격 비율, 전형 구조 변화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수시 준비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성적으로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막막하다면, 먼저 지원하려는 학과와 전형의 입결 구조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