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발목을 잡는다는 걸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수학 학원을 한 번도 다닌 적 없었고,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내신 2.92, 수학 5등급이라는 숫자를 앞에 두고 어떤 전형을 선택해야 하는지, 생기부는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막막했던 그 시간을 겪어본 입장에서, 지금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께 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수학 5등급이면 학종이 답인가
처음부터 교과 전형은 선택지에서 지웠습니다. 교과 전형이란 내신 등급을 중심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수시 전형으로, 수학처럼 주요 교과 하나가 크게 흔들리면 전체 평균이 뭉개져버립니다. 수학 5등급인 상태에서 상위권 대학 교과 전형을 노리는 건 처음부터 가능성이 낮다는 걸 저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방향을 잡은 건 논리적으로 맞는 판단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학종이란 내신 등급만이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전반, 즉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입니다. 수학이 약하더라도 사탐 네 과목 전부 1등급이라는 강점, 그리고 리더십이나 봉사 활동 이력이 탄탄하다면 이 약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학종도 학업 역량(Academic Achievement) 평가 항목이 있다는 점입니다. 학업 역량이란 지원자가 대학 수학에 필요한 기초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는 지표로, 영어 3.5등급·수학 5등급처럼 주요 교과가 과도하게 낮으면 이 항목에서 감점 요인이 됩니다. 특히 면접형 전형에서는 면접관이 이 부분을 직접 질문으로 짚어올 수 있기 때문에, 3학년 1학기에 수학을 최소 3등급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입니다.
생기부 방향, 법학이냐 행정학이냐
2학년 때 법·행정 계열로 방향을 잡으면서 생기부에 처음으로 흐름이 생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의법정에서 아동 인권을 다루고, 세특에서 노동법 탐구를 이어가면서 동아리 활동과 교과 활동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이었습니다. 1학년 때 탐구 주제가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게 얼마나 아쉬운지 그때서야 실감했습니다.
3학년을 앞두고 가장 막막했던 건 법학과 행정학과 사이의 선택이었습니다. 생기부를 법학 쪽으로 채우면 시립대 행정학과 카드가 약해지는 것 같고, 반대로 행정으로 맞추면 법학 쪽이 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상황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제가 직접 생기부를 들여다보면서 내린 결론은, 이 두 전공은 생기부 안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회 불평등, 인권, 정책 분석 같은 주제는 법학과에도 행정학과에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실제로 목표 대학 라인 중 상당수가 법학과와 행정학과를 동시에 모집하며, 두 학과의 입학사정 기준이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사회 문제와 인권 관련 탐구 흐름을 유지하면서 3학년 생기부를 구성하는 것이 두 학과 모두에 유리한 원서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법학과와 행정학과는 사회 문제, 인권, 정책이라는 키워드에서 탐구 방향이 겹친다
- 3학년 생기부를 하나의 전공에만 맞출 필요 없이, 두 학과에 모두 설득력 있는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
- 원서 전략 단계에서 생기부 흐름에 더 잘 맞는 학과를 최종 선택하는 방식이 유연하게 대처 가능
챗GPT로 생기부 설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챗GPT에 물어봤을 때 노동권을 대주제로 잡고 과목마다 단계별 탐구를 설계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맞는 방향 같았습니다. 체계적으로 보였고, 각 과목별 연결 구조도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대로 따라가려니 이상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진짜 노동권에 관심이 있는 건지, 아니면 GPT가 그럴듯해 보이는 주제를 골라준 건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내 생기부인데 내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챗GPT가 제안한 구조, 즉 대주제 하나를 잡고 과목별로 심화 탐구를 연결하는 방식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주제가 어디서 나왔느냐입니다. 입학사정관이 생기부와 면접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지원자가 왜 이 주제에 관심을 가졌는지, 탐구 과정에서 어떤 생각의 변화를 겪었는지입니다. AI가 짜준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면 그 질문에 자기 언어로 대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챗GPT를 사용할 때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GPT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오류를 종종 냅니다. 판례 번호나 법률 조항, 통계 수치 등을 생기부 탐구에 활용할 때 팩트 체크 없이 그대로 사용하면 오류가 생기부에 그대로 박힐 수 있습니다. 도구로 활용하는 건 괜찮지만, 주도권을 AI에게 넘기는 순간 생기부는 껍데기가 됩니다.
현실적인 원서 전략, 시립대를 어떻게 배치할까
시립대 학종 면접형을 한 장 써보고 싶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등록금 문제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마지막 한 장에 기대를 걸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신 2.92 수준에서 시립대는 우주 상향에 해당합니다. 상향 카드 하나를 위해 나머지 다섯 장의 균형이 무너지면 전체 결과가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대입 수시 전략에서는 소신·적정·안전이라는 세 가지 카드 배치가 기본입니다. 소신 지원이란 합격 가능성이 낮지만 도전해볼 만한 카드, 적정은 내 스펙과 비교해 합격 가능성이 50% 안팎인 카드, 안전은 합격 가능성이 높은 카드를 의미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인 배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신: 동국대, 홍익대, 숙명여대
- 적정: 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 (면접 있는 종합 전형)
- 안전: 충남대 지역인재 교과 전형 행정학과
시립대를 쓰고 싶다면 이 구성 안에서 한 장을 배치하되, 나머지 카드는 반드시 적정·안전 라인으로 탄탄하게 채워야 합니다. 2024학년도 기준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부의 학종 면접형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을 넘어섰고, 합격자 내신 평균도 2등급 초반대에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서울시립대학교 입학처). 이 격차를 인식한 위에서 지원 여부를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대입 원서 전략에 대한 공식 가이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매년 발행하는 대입 전형 안내를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방향을 확정하는 것입니다. 법학과 행정학 사이에서 계속 망설이다 3학년 1학기를 흘려보내는 것이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입니다. 두 학과를 포괄할 수 있는 탐구 주제를 하나 정하고, 수학과 영어 성적을 최소한 보완하면서, 원서 카드는 현실적인 라인 위주로 짜는 것. 제 경험상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붙잡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컨설팅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대입 전략은 학교 진학 교사나 전문 입시 기관과 반드시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