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경쟁률 숫자가 높으면 어렵고 낮으면 쉽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원서를 써보니 그 공식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2026학년도 수시에서 3등급대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가천대, 숭실대, 광운대, 명지대, 인하대의 경쟁률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숫자 뒤에 숨은 구조가 보입니다.

눈치싸움의 함정 마감 직전 경쟁률을 믿었다가 당한 이야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명지대 학교장 추천 전형 마감 직전, 법학과와 행정학과의 실시간 경쟁률이 각각 2.5대 1이었습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숫자였고, 저는 그 낮은 경쟁률을 보고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마감이 끝나고 확인한 최종 경쟁률은 각각 5.5대 1, 5.33대 1이었습니다. 같은 생각을 한 수험생들이 마지막 순간에 일제히 몰린 결과였고, 저는 눈치싸움에서 완전히 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눈치싸움이란, 마감 직전 실시간 경쟁률을 보며 지원 학과를 결정하는 수험생들 간의 심리전을 의미합니다. 마감 당일 오후부터 경쟁률이 급격히 치솟는 구조는 매년 반복됩니다. "제일 낮은 학과는 피하고 낮은 학과 중 상위 2~3위를 노려라"는 조언이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실시간으로 여러 학과의 경쟁률 변화를 추적하고, 마감 직전까지 판단을 유보할 수 있는 정보력과 냉정함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마감 당일 압박감 속에서 그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해본 사람만 압니다.
2026학년도 전체 수시 경쟁률 추이를 보면, 주요 15개 대학 기준으로 교과전형 경쟁률이 10.02대 1에서 8.62대 1로 하락한 반면 논술전형은 64.33대 1에서 67.11대 1로 상승했습니다. 올해 고3 학생 수가 38만 2천 명으로 전년 대비 약 3만 5천 명 증가했음에도 교과전형 지원자가 줄어든 것은, 수험생들이 그만큼 안정 지원 쪽으로 보수적으로 움직였다는 신호로 읽힙니다(출처: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경쟁률 뒤에 숨은 허수 숫자가 전부가 아니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경쟁률이 높으면 입결(입시결과)도 따라서 오른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꽤 있습니다.
가천대 종합전형인 가천바람개비 전형에서 응급구조학과의 작년 경쟁률은 무려 116.5대 1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입결을 확인해 보면 70% 컷이 4.11, 90% 컷이 4.35였습니다. 여기서 입결이란, 해당 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백분율 기준으로 정리한 것으로, 70% 컷은 합격자 중 하위 30%에 해당하는 성적을 의미합니다. 경쟁률이 세 자릿수였는데도 4점대 중반 내신을 가진 학생이 합격권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지원자 풀 안에 허수가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허수란 지원은 했지만 실질적인 합격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지원자를 말합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학생부 구성이 해당 학과와 맞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표면 경쟁률만 보고 지원을 포기하면, 실질 경쟁자 수가 생각보다 훨씬 적을 수 있는 학과를 놓치게 됩니다. 저는 이 구조를 원서를 다 쓰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광운대 지역균형 전형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보였습니다. 전자공학과의 작년 70% 컷 내신이 1.85였습니다. 1점대 초반 내신을 가진 학생들이 광운대에 지원하지 않고 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광운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입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교과전형 등에서 일정 등급 이상의 수능 성적을 충족해야만 최종 합격이 가능한 조건을 말합니다. 최저가 없으면 내신이 조금 더 강한 학생들이 유리하고, 반대로 내신에서 밀릴 것 같은 학생들은 지원 자체를 꺼리는 심리가 생깁니다. 그 결과로 인기 있는 학과임에도 경쟁률이 낮게 형성되는 역설이 나타납니다.
경쟁률을 제대로 읽기 위해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표면 경쟁률 대비 전년도 입결 수준 비교
- 수능 최저학력기준 유무 및 충족 가능성
- 지원자 풀 안의 허수 비율 추정 (전형 특성 기반)
- 해당 학과 준비 학생 집단의 규모와 특성
물리 선택자가 적을수록 기회가 된다 학과 선택의 또 다른 기준
제가 원서를 쓸 때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전기전자, 반도체, 물리화학 기반 학과들이 종합전형에서 경쟁률이 낮게 마감되는 이유가 단순히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물리를 선택 과목으로 택한 수험생 자체가 전국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생명과학 선택자가 물리 선택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물리 베이스의 학과는 지원 가능한 학생 풀 자체가 좁습니다. 그 결과 인하대, 광운대, 명지대, 숭실대 종합전형 모두에서 전기전자공학, 정보통신공학, 산업경영공학, 물리학과 등의 경쟁률이 하위권에 위치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생명과학, 화학 베이스의 학과들은 인하대 종합전형 기준으로 상위 경쟁률 학과를 대부분 차지했습니다.
이 구조를 알고 물리 관련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꾸준히 쌓아온 학생이라면, 경쟁 풀이 상대적으로 좁은 학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세특이란, 학교생활기록부 내 각 교과목별 수업 참여 내용과 학업 역량을 기록한 항목으로, 종합전형에서 평가자가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입시 유불리만을 이유로 물리를 선택하거나 전기전자 계열 학과에 지원하라는 조언에 대해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경쟁률이 낮은 학과에 들어가는 것과, 그 학과의 전공 커리큘럼을 4년간 버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전기전자공학과 반도체 관련 전공은 수학과 물리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1학년 전공 필수 과목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입시 전략과 전공 적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결국 경쟁률은 참고 데이터일 뿐, 그 자체로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수시를 경험하며 배운 것은 하나입니다. 숫자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경쟁률과 입결, 허수 비율, 전형 특성, 지원자 풀의 구성을 같이 읽어야 비로소 실질 경쟁 구도가 보입니다. 지금 고2, 고1이라면 이 글에서 다룬 패턴들을 미리 기억해 두셨다가 원서 시즌에 꺼내 쓰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입시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