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만 잘 보면 대학 간다는 말, 아직도 믿고 계십니까? 저도 작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수학 학원부터 알아봤고,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도 "결국 수능이지"라는 말이 당연한 공기처럼 돌았습니다. 그런데 2027학년도 실제 입시 데이터를 숫자로 마주하고 나서, 저는 조용히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짰습니다.

수시비율 80% 시대, 정시에 대한 착각
2027학년도 전국 대입 전체 모집인원은 34만 5,717명입니다. 이 가운데 수시 모집인원은 27만 7,538명으로 전체의 80.3%를 차지합니다. 사상 처음으로 수시 비율이 80%를 넘어선 수치입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시는 68,134명, 비율로 따지면 19.7%에 불과합니다.
숫자만 보면 정시 인원이 6만 명이 넘으니까 꽤 많아 보이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알아야 할 구조가 있습니다. 정시는 가군·나군·다군, 세 개 군으로 완전히 나뉘어 선발됩니다. 여기서 군별 분리 선발이란, 학생 한 명이 서로 다른 군에 속한 대학에만 중복 지원할 수 있고 같은 군끼리는 한 곳에만 지원 가능하다는 구조입니다. 서울대는 나군, 연세대와 고려대는 가군에서 정시 인원을 선발합니다. 결국 최상위권 대학 여러 곳을 동시에 노리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실제 기회는 세 번뿐인데, 거기다 2027학년도는 현 수능 체제 마지막 학년이라는 이유로 재수생 규모가 역대급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고득점 내신 보유 학생들이 반수를 대거 선택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수능 하나에 모든 걸 걸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생각, 데이터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으로 좁혀봐도 결론은 비슷합니다. 전체 모집인원 5만 2,005명 중 수시가 28,787명으로 57.3%, 정시가 21,418명으로 42.7%입니다. 주요 대학에서도 수시가 절반을 넘기 시작했다는 건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입시 전략 전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정시를 준비하는 게 무조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내신이 낮고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이라면 정시 전략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막연히 "수능이 기본"이라는 인식만으로 전략을 세우는 건, 실제 데이터가 말하는 방향과 너무 멀어질 수 있습니다.
학종과 생기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렇다면 수시의 핵심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 즉 학종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학종이란 학생부에 기록된 3년간의 학업 활동, 교내 탐구 활동, 교사 관찰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입니다. 수능 당일 컨디션 하나로 결과가 뒤집히는 정시와 달리, 꾸준히 쌓아온 기록으로 승부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2027학년도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학종 선발 현황을 보면 변화의 방향이 뚜렷합니다.
- 서울대: 학생부종합 2,116명 선발, 전체의 57%. 교과전형 없이 100% 학종으로만 선발
- 연세대: 전년 대비 272명 증원, 역대급 규모
- 고려대: 116명 추가 증원, 총 1,651명을 학종으로 선발
- 성균관대·중앙대: 1단계 합격 배수를 최대 7배 수로 확대, 면접 기회 확대
- 한양대: 기존 학종에 면접 전형 신설
- 시립대·숙명여대: 교과 전형에서도 생기부 서류 점수 반영 시작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마지막 항목입니다. 교과 전형이란 내신 성적을 주된 평가 기준으로 삼는 전형인데, 이 전형에서조차 생기부 서류 점수를 반영하는 학교가 생겼다는 건 학종을 준비하지 않는 학생도 생기부 관리를 피해 갈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뜻입니다.
저도 처음엔 생기부는 학종 지원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 담임 선생님께 세특 방향을 여쭤보러 갔다가 "요즘은 어떤 전형으로 가든 세특이 빈약하면 불리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제대로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세특이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줄인 말로, 각 과목 담당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학업 역량과 탐구 태도를 기록하는 항목입니다. 이 기록이 학종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교과 전형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도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란 수시에 지원했더라도 수능에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 최종 합격 자격이 주어지는 기준입니다. 내신 1~2등급 극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수능에서도 전 과목 2등급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를 포함한 서울 주요 15개 대학 중 무려 아홉 개 대학이 학종에서 수능 최저를 아예 적용하지 않습니다(출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교과 전형과, 생기부 하나로 정면 승부가 가능한 학종의 차이가 여기서 갈립니다.
방향이 잡히고 나서는 오히려 수능 공부보다 구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막연한 불안 속에서 학원 정보만 쫓아다닐 때보다, 생기부를 점검하고 세특 방향을 잡아가는 지금이 훨씬 능동적인 느낌입니다.
학종이 모든 학생에게 정답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정시가 유리한 조건의 학생에게는 정시가 여전히 최선의 경로입니다. 다만 데이터가 명확하게 말하고 있는 방향을 무시한 채 막연하게 수능에 올인하는 전략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아이가 몇 학년이든, 생기부를 한 번만 꺼내서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방향이 잡히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한 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입시 컨설팅 조언이 아닙니다.